• 최종편집 2024-06-1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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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자국 내 외국기업 혹은 다국적기업의 자원 독점 및 수탈을 막기 위해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국유화 조치를 감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1974년 베네수엘라는 50년 간 부여했던 미국철강회사들의 철광채광권을 국유화한다면서 국내 외국기업은 소유주식의 80%를 베네수엘라 투자가들에게 매각하여 국영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조치들은 대단한 저항과 수많은 논란을 야기했지만, 국가의 주권적 행위인지라 국제사회에서 뚜렷한 해결책과 원만한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시장자본주의가 범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차츰 자취를 감추어가던 국유화조치가 최근 들어 다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이전 세기와 사뭇 다른 점은 동일한 ‘자원민족주의(Resource Nationalism)’를 이론적 배경으로 내세우면서 과거에 그렇지 않았던 국가들이나 지금은 경제대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들 역시 유사한 조치를 감행하는 현상에 있습니다.

 

먼저 새천년 시대에 접어들면서 전격적으로 실시된 중남미 일대의 국유화 조치를 살펴보겠습니다. 2006년 5월 1일 볼리비아 정부는 석유 · 가스 산업을 국유화하는 내용을 담은 포고령을 발표합니다. 2009년 5월 8일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부 역시 마라카이보 호수 유역에서 활동하고 있던 60여 개의 국내외 석유서비스기업 자산을 국유화하는 조치를 단행하였습니다. 2012년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또한 자국 내 최대 다국적에너지기업인 YFP 국유화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쟁 중인 러시아 정부가 이와 관련하여 깜짝 놀랄만한 발언들을 쏟아내어 화제입니다. 지난 4월 12일 러시아 하원이 자국 내 외국인투자회사의 국유화와 관련된 법안을 발의하여 심의 중에 있고 조만간 그 입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법률신문 5. 16). 한 때 사회주의 진영의 종주국이자 최고의 산업국이던 러시아가 이런 조치를 발표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러시아만이 아닙니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을 자처하는 중국도 최근 몇 년 간 상당히 주목할 만한 비정상적인 경제적 조치들을 단행한 바 있습니다. 독특한 화학적, 전기적 특성을 띠어 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첨단 장치에 필수적인 17종 원소를 통칭하는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Resources)”라는 말이 최근 수년 간 엄청나게 회자되지 않았습니까? 최대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중국이 2010년부터 희토류를 일종의 ‘자원 무기(Resource Weapon)’로 만들어서 우호적인 국가에만 수출하고 대립하거나 자신들을 제재하는 나라들에는 수출을 금지하기 일쑤였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자원민족주의는 석유나 가스 등 자원에 국한되었고 주로 국유화조치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희토류뿐만 아니라 니켈이나 리튬 같은 자원으로 대상이 확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양상 또한 생산량 제한이나 선별적 수출과 같이 다양화되고 있어 문제입니다. 특히 화석연료의 사용을 자제하자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그 중요성이 급증하고 있는 탄소중립 필수자원의 공급망을 관리하는 방식(SCM, Supply Chain Management)을 활용하고 나서기 시작하면서 더욱 문제가 복잡해지고 커졌습니다.

 

그러던 차에 최근에 상기한 자원민족주의의 신종 형태로 등장하여, 우리나라가 거기 엮여서 그 자체로도 문제인데다 이를 둘러싼 국론조차 대립하고 분열되어 더욱 심각한 근심거리가 되고 있는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 메신저 역할을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는 온라인서비스 ‘라인’을 둘러싼 일본 정부의 일종의 국유화 시도가 그러합니다. 물론 이전에도 이른바 ‘플랫폼 데이터 규제’ 조치가 미국이나 유럽연합 그리고 일본이나 중국에서 이루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미국 내에서 중국 산 ‘틱톡’ 앱의 퇴출 방안과 이에 대항하여 중국이 취한 자국 내 미국 동종 플랫폼의 사용 금지 조치 등에 국한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일본 정부는 개인 정보 유출을 이유로 한국 기업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도록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우리나라 일각에서는 굴종외교라며 정치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고 반면 반일몰이라며 경제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우리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조치를 통해 앞으로 ‘디지털 국유화(Digital Nationalization)’ 내지는 ‘온라인 자원무기화(Online Resource Weaponization)’가 더욱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우려합니다. 영토나 주권을 배경으로 하던 시대와는 그 결을 달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경도 없고 장벽도 없는 인터넷 세계를 자국의 이익을 위해 혼란에 빠뜨리고자 하는 시도는 옳지 못합니다. 부디 이번 사태로 인해 디지털 세상의 자유와 정의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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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라인 사태와 디지털 국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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