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6-2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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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환호성과 감격 가운데 통일했지만, 통일 이후 예상보다 많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우리가 한반도의 통일을 필연적인 과제라 생각한다면, 독일통일의 준비과정과 진행과정 뿐 아니라, 통일 이후 과정도 주목해야 한다.

나는 통일이 된 지 3년이 지난 1993년에 동독지역을 방문했었다. 가는 곳마다 고속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도로를 보수하지 않아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다. 보통 독일에서는 100년이 넘는 집들이 많았는데, 서독은 계속 집을 보수 단장하다보니 깨끗하고 환했지만, 동독의 집들은 어둠침침하고 여기저기 깨지고 금간 곳이 많았다.

 

이 모든 인프라들을 재건하는 비용 그리고 동독지역의 20%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과 열악한 재정상황을 위해 독일정부는 매년 독일 GNP의 약 4%에 해당되는 136조원을 쏟아 부어야 했다. 이런 큰돈을 계속 지원하다보니 독일의 재정상태가 굉장히 어려워졌고 서독지역에서는 모든 상황이 통일이전보다 나빠져 갔다. 통일되기 전 서독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2위였는데 계속 하락해서 10년 뒤인 2002년에 15위로 곤두박질 쳤고, 1인당소득도 통일되기 전에는 3만 7천불이었는데 2만 2천불로 떨어졌다.

 

물론 서독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고 재정상황도 안정적이었지만, 정부재정으로만 감당하기에는 어림없었다. 그래서 독일은 1991년부터 서독지역 주민들에게서 통일세를 거두기 시작했는데, 사람마다 다르지만, 평범한 직장인의 경우 매월 100마르크 정도로 1년에 약 100만 원을 통일세로 내야했다. 이것이 2020년 말까지 30년 동안이나 계속되었으니 약 3천만 원의 통일세를 지불한 셈이다. 분단국가의 통일을 위해서 서독국민들 개개인이 그만큼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던 것이다. 통일세에 대한 저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국민들이 그 필요성을 인정하며 받아들였기에 큰 무리 없이 30년이라는 긴 시간 이를 통하여 통일비용을 보전할 수 있었다.

 

독일은 통일정책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비용을 써야 했다라는 비판도 없지 않아 있지만, 통일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지 않을 수 없다는 분명한 사실을 말해준다. 남북한의 통일비용에 대한 예측은 연구기관마다 천차만별이고 통일 후에 대박처럼 찾아올 경제효과를 부풀리기도 하지만, 우리 국민들 개개인이 허리띠를 졸라맬 각오는 꼭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통일 당시 동독 이 서독에 비해 인구는 1/4, 소득은 1/3 수준이었던데 반해, 한반도의 경우 북한은 남한에 비해 인구가 1/2, 소득은 1/56 수준이다. 단편적인 비교이지만, 우리나라의 통일에는 독일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 있음을 예측하게 해준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이 통일세로 인한 불똥이 예기치 못하게 교회로 튀었다. 단돈 1마르크도 계산하면서 사용한다는 독일 사람들의 눈에 종교세가 크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별히 믿음이 없거나 연약한 사람들 중에 종교세를 이유로 교회를 탈퇴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울러 옛동독교회가 통일 후 재정자립을 위해 교인들에게 종교세를 내도록 하자, 동독교인들 역시 탈퇴하기 시작하면서, 독일개신교는 통일이후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 독일교회는 매년 교인들의 탈퇴가 계속되고 있고, 탈퇴 속도가 조금 완화됐다는 것을 갖고 안심하는 처지가 되었다. 통일을 위해 좋은 다리 역할을 했던 교회가 통일의 역풍을 맞게 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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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야기] “통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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