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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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플래너 송길원 목사(하이패밀리 대표, 청란교회, 동서대학교 석좌교수)

  

Q. 목사님, 먼저 성도님들께 부활절 인사 부탁드립니다.

A. 아우구스티누스의 언어로 인사를 나누고 싶네요. “구원자께서는 죽음으로 죽음을 죽이셨습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던 것을 당신 안에서 끝장내셨습니다. 죽음을 받아들이시어 죽음을 죽이셨습니다. 사자를 잡아 죽인 위대한 사냥꾼처럼 말입니다. 죽음은 어디 있습니까? 그리스도 안에서 죽음을 찾아보십시오. 죽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죽음은 존재했으나 이제 죽었습니다. 오, 생명이여, 죽음의 죽음이여!”(아우구스티누스 설교집 233,3,4,-4,5.)

 

Q. 목사님은 가정 사역으로 유명한 ‘하이패밀리’ 대표이신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목사님의 직함 중 ‘장례 감독’이라는 생소한 직함을 보았는데요, 장례 감독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A. 왜, 한 편의 영화에 총감독이 있죠. 촬영감독, 음악감독도 있고요. 장례도 전문지식을 갖춘 엔딩플래너가 장례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총괄해 연출하는 직책을 이르죠. 이제는 우리네 장례도 고품격으로 가야한다는 상징성을 담아냈다고 할까요? 어찌보면 최초의 감독이란 데 저도 나름의 책임과 자긍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로 장례문화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어떤 변화들이 있습니까?

A. 우선, 우리가 명가의 보도처럼 여겼던 염습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무염습, 그뿐만 아니죠. 선(先)화장 후(後) 장례, 사후 메이크 업, 선(先) 안치 후(後) 장례, 선 장례 후 안치, 비대면 장례... 거기다 7일장, 9일장을 예사롭게 보고 있죠.

코로나 펜대믹 상황에서 작년(2021년) 우리나라는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어서는 인구 ‘데드 크로스(dead cross)’를 겪었죠. 이미 장례난민, 원정화장을 예견했는데... 지금 그 현상을 그대로 보고 있잖습니까? 앞으로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겁니다.

이런 가운데 스몰웨딩처럼 작은 장례에 대한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죽음과 장례는 종교의 고유의 영역이었죠. 이를 되찾아 가라고 코로나가 손짓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레 소규모로 변화되는 것 같습니다. 향후 장례문화가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A. 이미 코로나 상황이 대면 조문을 비대면 조문으로 바꾸어 놓았죠. 규모의 변화입니다. 이제는 가족장이 대세를 이룰 겁니다. 비대면 장례(시신은 시신창고에 있고 허깨비 제단앞에서 영정사진을 보고 하는... 시신은 없는데 말입니다.)를 하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 밖에 없지요. 이를 제대로 바로잡게 되지 않을까 여깁니다.

그리고 머잖아 죽음 전, 살아생전 장례를 생전식(生前式)으로 치르고 생후식은 가족중심으로 가볍게 치르는 형태도 등장할 겁니다. 더 이상 돈을 주고 받고 진정한 추모는 사라진 허수아비 장례는 사라져야 맞지요.

 

Q. 기독교 장례식은 찬송가를 틀고 국화를 고인의 영정사진에 올린 뒤 기도하는 모습입니다. 임종 감독으로서, 목사로서 현 장례문화를 평가하신다면?

A. 우픈 장례 장면이죠. 꽃을 줬다 빼앗다... 고인이 많이 웃고 있겠죠. 각자 준비한 꽃도 아니고 형식적이잖아요. 그 제단 자체가 제사상의 변형이죠. 사과 배 수박 등 과일 대신 국화꽃이 전시된 것과 뭐가 다릅니까?

더더구나 국화꽃은 일본 황실의 꽃이죠. 아직도 우리는 일본의 장례속국입니다. 거기다 기독교장례와 일반 장례가 다른 것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안타깝죠. 기독교장례 모델이 없습니다.

 

Q. 수목장 ‘소풍 가는 날’과 어린이 무료 묘원 ‘안데르센 공원 묘원’을 운영하는 묘지지기라고 들었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와 어떻게 운영 중이신지 궁금합니다.

A.제가 사랑의 교회 협동목사로 있을 때 고 옥한흠 목사님과 함께 화장장려운동을 시작했지요. 그 때 고건 서울시장이 오셔서 축사도 했고요. 고 황수관 박사가 홍보대사도 맡으셨고... 그 일로 매장문화가 화장으로 바뀌는 변곡점이 되지요. 그 일을 계기로 자연장이 등장하게 되었고 저희가 공원형태의 수목장지를 꾸미게 되었습니다. 오롯이 기독교장례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이었죠.

그러다가 어린이 인권을 생각하며 어린이를 위한 공원묘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수목장의 일부를 어린이를 위한 자연장지로 꾸며 어린 나이에 스러져 가는 생명들을 품어 주게 된거였죠.

 

Q. 특히 ‘안데르센 공원 묘원’에 있는 ‘정인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 보셨는데요, 느끼신 점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A. 많죠. 어린 생명의 죽음이 가져다 준 메시지는 너무 또렷했어요. 생명의 소중함이었지요. 누구도 생명을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분노가 있었고 동시에 추모와 애도를 통한 3인칭(그들)의 죽음이 1인칭(나 자신)의 죽음으로 전환되는 기회였죠.

젊은 아빠 엄마들의 뜨거운 가슴을 보았고요. 아픔에 공감하는 따뜻함이 있었어요. 하지만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가 줄어들었다는 증거는 아직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하이패밀리는 36.5의 사랑으로 아이를 품어주자는 <365일 어린이 재단>을 발족했습니다. 5월 5일 하루만 어린이 날이 아닌 365일 어린이 날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었죠.

 

Q. 말기암 환자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앰뷸런스 소원재단’ 활동 중이라 들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십니까?

A. 소원나들이를 하는 본인과 가족들에게 1분 1초가 소중했죠. 우리들에게는 일상인데 저들에게는 기적인거고요. 마침 김신 전 대법관께서 재단 이사장을 맡아 주신 일, 구세군을 통해 차량 2개가 기부되고 첫 차량을 고신의료원에 위탁하여 <예수시대> 동인 중심으로 부울경에서 앰뷸런스 소원재단이 움직이게 된 것이 무엇보다 감격스럽습니다. 이제 365일 어린이재단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전용 앰뷸런스 운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장례 감독으로서 기억에 남는 장례식이 있다면?

A. 부산 수정교회의 담임이셨던 고 정순행 목사님의 장례식이었습니다. 증손자의 ‘왕 할아버지 안녕!’의 추모인사, 자녀들의 조가, 메모리어 테이블... 가족들의 복음병원 기부등... 기존 스타일에서 볼 수 없는 순서와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Q. 목사님의 경험담이 궁금합니다. 부모님 장례는 어떻게 계획 중이신지요?

A. 저는 엔딩파티부터 해 드릴 작정입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날은 가족들끼리 충분한 애도시간을 가진 다음에 추모객들도 맞이하고요. 그리고 준비된 두 분의 생애를 요약한 팜프렛을 나누어 드릴 예정입니다.

 

Q. ‘죽음’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이 왠지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부모님과 장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혹은 노인이 된 부모님이 자녀들과 장례식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괜찮을까요?

A. 한번 직접 이야기해 보세요. 어떤 반응을 보이시는지? 청년들에게는 직업과 결혼이 최고의 관심사입니다. 중년의 부모는 자녀 양육이죠. 노년이 되면 건강과 죽음이죠. 그런데 우리는 애써 죽음을 기피합니다. 그러면서 무슨 부활신앙을 이야기할 수 있죠?

나그네인 우리는 본향을 그리며 살지 않나요? 본향 이야기가 왜 싫거나 어색해야죠?

 

Q. 교회의 장례문화를 위해 전문가로서 조언을 해주신다면?

A. 장례는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는 용설란처럼 평생에 한 번 피울 수 있는 꽃과 같다는 생각입니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이유죠. 장례는 인생예술이지요. 장례에 그가 살아온 삶의 이야기가 새겨집니다. 가족에게는 신앙유산이고 유훈이 됩니다.

승리는 기념하고 패배는 기억하라는 말이 있어요. 떠나간 이의 실수와 실패의 아쉬움조차 남은 자들에게는 성공과 행복의 백미러가 됩니다. 장례식장은 인생 최고의 학습장이고 인문학당이 아닐까요? 죽음을 살리고 장례를 회복시키는 곳에 희망이 있습니다.교회가 그 일을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이 일을 위해 목사님들이 먼저 죽음과 장례에 대한 지식과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겠죠. 교회가 결혼식을 위해 장소를 내어주듯 부활신앙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놀라운 시간인 장례를 치르지 않는다는 것은 직무유기이고요.

2022년의 부활절은 바로 이런 다짐들로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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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특집기획2] 송길원 목사, “장례는 인생예술, 부활신앙을 표현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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