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10-28(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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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도 역사적으로 중대한 변화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1940년대 세계 대전과 브레튼 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의 발족, 1973년 1차 오일 쇼크, 1985년 플라자 협정(Plaza Agreement), 2001년 9.11 테러, 2008년 리먼 사태(Lehman shock) 등이 그러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앞서 거론한 사건들 못지않게 중요한 격변의 시기로 후대에 기록될 것이 분명한 뜻밖의 사태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석과 진단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사실만은 누구에게나 분명해 보입니다. 이제 인류는 이전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고, 앞으로는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질서와 체제가 세워지리라는 전망입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격변하는 시대에 이후로는 어떤 나라들이 생존하고 번영하며 역사의 주역으로 우뚝 서게 될까요? 이미 우리는 범세계적인 감염사태 속에서 이에 대한 답을 희미하게나마 보았습니다.
 
첫째, 민주주의적 가치와 절차를 존중하는 나라가 살아남고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3월 중순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가 파이낸셜 타임즈에 기고한 글 중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이 폭풍은 지나가겠지만, 이후에 만나는 세상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몇 가지 유형의 국가별 대처 방식이 등장했습니다. 첫째는 자유방임입니다. ‘집단 면역’이라는 논리를 중심으로 시민의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적극적인 개입을 포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둘째는 전체주의적 통제입니다. 체제와 무관하게 도시를 봉쇄하고 이동을 제한하는 방식이 전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셋째는 민주주의적 방식입니다. 일부 국가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무엇보다도 존중하면서 민주적 절차에 의해 사태를 파악하고 분석하며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집중하여 대처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세계는 지금 그 중간 결과를 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를 말입니다.
둘째, 형평과 선(ex aequo et bono)을 실천하는 나라가 살아남고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칼 폴라니(Karl Polani, 1886-1964)는 “거대한 전환(The Great Transformation)”을 말하면서 “공동체가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라고 선언했지만, 이번 위기 앞에서 각국은 저마다의 민낯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비용 때문에 검사조차 받을 수 없는 국가, 노숙자나 이주민 같은 이들은 애초부터 배제해 버린 국가, 다른 이유들 때문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도외시하다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고 만 국가들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형평과 선”은 국제법상의 원칙으로, 하나님 나라의 핵심 원리인 “의와 공도”와 무관하지 않습니다(창 18:19). 성경은 나그네와 이방인, 고아와 과부, 가난한 자에 대한 돌봄과 배려를 “공의와 정의”라고 부릅니다(출 22:21, 25; 23:6, 11). 앞으로는 형평과 선의 원리가 살아있고 공의와 정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는 생존하고 발전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나라는 결국 도태되고 말 것입니다.
셋째, 신뢰를 소중히 여기는 나라는 틀림없이 생존하고 발전합니다. 우리는 그 동안 인류가 축적해온 기반들, 예를 들면 도시화, 세계화,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 등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정보와 결과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대처한 나라는 승리의 길을 걸어가는 반면, 여러 명분으로 비밀주의를 고수하면서 은폐와 조작을 자행한 나라들은 가시적인 성과는 남겼을지 몰라도 수많은 비판에 직면한 모습을 우리는 또한 지켜보고 있습니다.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ce)”라고 불리는 세대에 비밀과 조작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신뢰를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가 앞으로 생존하고 번성합니다. 그런 나라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는 어떠합니까? 세상이 신뢰하는 교회입니까? 십계명의 마지막 두 계명은 신뢰에 기초합니다(출 20:16, 17). 신뢰의 절정이 바로 언약입니다(막 14:24). 주님의 신뢰를 저버리지 말고, 세상의 신뢰도 회복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보다 더 투명하고 신속하며 공개적인 교회들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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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포스트 코로나 국가 (Post Corona 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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